달리기
2004년이었나? 춘천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준비 안된 몸으로 마음만 앞서 완주는 했지만 적잖은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병원에도 들락거려야 했고 그 이후론 산을 찾았다...
그 이후로 매년 전국 마라톤대회를 알리는 문자가 끈질기게도 온다.
몇년동안 무시를 하다가 한달전에 서울신문주최 마라톤대회가 있다기에 덜컥 신청을 해버린다.
걷는것이 지겹기도 하고 달리는 것도 묘한 매력이 있기에,,,
목민님은 노루가 아스팔트위를 달리는 격이라 하시겠지만,,,
한달동안 몸무게도 줄이고 연습도 해보려 맘은 먹었지만
그놈의 술을 끊지 못하니 제자리 걸음만 한다.
그러던 차 시간은 흘렀고 어느날 택배가 왔다...
이거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기념품으로 같이 온 옷이 맘에 들어 35000원 값어치는 될것 같고,,,
에잇~ 중간에 접더라도 일단은 가보자!!
상암 월드컵경기장옆에서 출발하여 성산대교 영화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대교 지나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달린거리 : 21.0975 Km
달린시간 : 2시간 05분 09초
이른아침 34번 버스로 연신내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고 월드컵경기장으로 간다.
산에 갈때 보다 배낭은 무척 가벼운데 맘은 어찌나 무거워지는지...
옷을 갈아입고 증명사진 한장 올리고 배낭을 물품보관소에 맡긴다.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선에 선다...법무부장관도 오고 관세청장도 오고,,,그래도 달림이들에겐 봉달이 이봉주선수의 인기가 최고다..
만명이 넘는 참가인원중에 하프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3000명이 조금 안되고,,,
그 많은 사람중에 끼어 있는 내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개미떼가 이동하듯 한강변을 무리지어 달린다.
많은 사람속에 그러기도 힘들었지만 초반 무리하지 않으려 애쓴다.
몸매 이쁜 아줌마가 휙하니 앞질러 간다...쫓아가면 오버하는거다..
달리미들에게 공간을 빼앗긴 몇몇 라이더들은 화가 나있다.
기다리기엔 너무도 긴 행렬이다.
8K로 지나니 슬슬 지쳐가고,,,이봉주 선수는 달리면서 물도 잘도 먹더만
물이 코로 들어가지 않나,,,ㅎㅎ
그래도 집단의 힘은 대단하다...혼자였으면 뛰어 내었을까...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니 두팔없이도 선두권에서 달리는 사람도 있고
두눈 안보여 옆사람에게 의지하지만 두눈 멀쩡한 사람보다 튼튼한 다리를 가졌고
칠순이 넘어보이는 할아버지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사람의 영혼무게는 누구나 21g 이라는데
이놈의 몸은 어찌나 비루한지...
그래도 노루의 자존심으로 막판 오르막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나름 열심히 달렸는데 도착점 시계는 두시간이 넘어서 있다..
길게 늘어선 싸인회 줄에도 미소를 잊지 않는 봉달이 이봉주선수,,,
하프도 이리 힘겨운데 풀코스 41회 완주를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다.
하프코스 시상...1등은 1시간 11분대에 들어왔단다...헐~
자랑할만한 기록은 아니지만 완주메달을 움켜쥐니 내심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오늘의 흔적과 트로피다...
삶이 살짝 권태스럽다 느끼시는 분들에게 함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달리기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없으니
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수 있다는것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설순없으니
이유도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 하겠죠
일등아닌 꼴등들에겐 박수조차 남의일 인걸
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것
끝난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수 있다는것
- 윤상의 노래 달리기 가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