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서산 가야산 원효봉 하산길에서 본 덕숭산과 용봉산을 찾아간다.
남부터미널에서 수덕사로 가는 7시 차를 탄다.
버스는 예산에서 15분 정차했다가 덕산온천을 경유하여 9시 30여분에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에 내리자 음식점 아주머니가 호객을 하고 있다. 손잡고 들어간다.
환희대입구,,도를 닦는 것과 같은 길
절집 입구라 그런가,,수덕사입구엔 산채비빔밥집이 즐비하다. 우렁된장찌게와 함께 나오는데 맛있더라.
덕숭산 수덕사 일주문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수덕여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은 파리에서의 최린과의 염문에 이혼을 당하고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수덕사앞 수덕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여승이 되어있던 김일엽을 만나서 나도 너처럼 중이 되겠다고 만공스님을 뵙게 해달라고 청한다.
만공스님으로 부터 " 임자는 중노릇을 할 사람이 아니야" 라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한 나혜석은 이곳에서 5년간 머물며 중시켜 달라고 버티는 한편
그림을 그리며 찾아오는 예술인과 소일을 했다고 한다.
그중에 홍성출신 청년화가 이응노가 있었고 나혜석은 이응노에게 파리의 환상을 심어 주었나보다.
선배화가 나혜석과의 인연으로 수덕여관에 정이 든 이응노는 1944년 나혜석이 이곳을 떠난 후 수덕여관을 사들여 부인 박귀옥에게 운영을 맡긴다.
1969 이응노 그리다.
파리의 환상에 젖어있던 이응노는 1958년 21살 연하의 연인과 파리로 떠나가고 부인은 수덕여관을 지키며 이응노를 기다린다.
1968년 결국 "간첩하나 없었던 간첩사건"인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이응노가 연류되어 형무소에 수감되고 부인은 뭐가 이쁘다고 한결같은 지극정성으로
옥바라지를 했단다. 이화백은 출옥후 수덕여관에 잠시 머물며 너럭바위에 암각화를 새겼다.
이응노는 "이 그림속에 삼라만상 우주의 모든 이치가 들어있다"하는데 ,,,
나혜석이 이곳에 머물때 김일엽의 아들인 김태신이 어머니를 찾아 왔다고 한다.
김일엽이 일본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김태신은 모정에 굶주려 어머니를 찾았는데 김일엽은 그렇게 찾아온 아들에게
" 나를 어머니로 부르지 말고 스님으로 부르라" 며 냉정했다 한다. 이를 본 나혜석이 이곳에서 팔배게를 해주며 젖무덤을 만지게 하며 아들처럼
대했다고 한다. 본인도 보지 못하는 세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김태신은 자신의 책에서 나혜석을 어머니라 칭한다.
김태신의 미술적 재능을 본 친부는 그를 이당 김은호의 집에 들여 보내 화가로 성장케 한다.
광복후 북한에 갔다가 북에 억류되어 김일성 초상화(지금도 김일성대학에 걸려있단다) 그렸다는 이유로 빨갱이 누명을 쓰고
1971년 일엽스님이 입적했을때도 입국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68세에 진천 직지사에서 관응스님을 스승으로 불가에 귀의하고 지금은 미수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묵화가 대세인 남종화와는 달리 채색화를 그리는 북종화의 맥을 잇는다 한다.
아교와 물을 섞어 서양의 유화가 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의 소재는 대부분 산과 강이다.
설악동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가을과 겨울 그림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는 쪽바리 빨갱이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불려졌던 그의 인생유전은 일본기획사에 의해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란다.
일엽스님이 수행을 했다는 환희대
환희대앞 마당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그리고 수덕사 대웅전,,,예전 학창시절 열심히 외웠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목조건물이다.
지붕의 무게를 과학적으로 분산시켰다는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
우리나라 5대총림중에 하나인 수덕사는 그 규모가 대단했다.
탬플스테이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인들
목사의 딸이자 한국 최초의 여류 시인 김일엽은 1928년 나이 33세에 속세를 접고 이곳 수덕사 견성암에서 탄옹스님으로 부터 수계를 받고
불가에 귀의한다. "그처럼 꽃답던 사랑도 단지 하루의 먼지처럼 털어 버리고" ,,,
비구니 도량답게 비구니의 불경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진다.
사면석불,,,약사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미륵사불
만공스님이 수도 하였다는 소림초당을 지나고,,,
만공스님이 세웠다는 관음보살입석
만공탑...가득할 만 빈 공,,,가득한 빔,,,만공스님은 경허스님에 이어 덕숭총림 수덕사를 만든 대선사란다.
예전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아직도 업고 있느냐"의 일화가 생각난다.
개울가의 아리따운 처녀가 강을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경허스님과의 그의 시자스님이 그곳을 지나고 있었다지요
혹자는 그 시자스님을 만공스님이라고 합니다.
처녀가 젊은 시자스님에게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청하자 시자승은 정색을 하며 불가에서 여자를 가까이 하면 파계를 당한다고 거절하자
난처해진 처녀는 경허스님에게 도움을 청했다지요.
경허스님은 선뜻 등을 내밀며 어려울것 없다고 말하고 처녀를 등에 업고 건너편에 내려 주었지요.
뒤따라 가던 젊은 스님이 어찌 수도하는 스님이 젊은 여인을 업을수 있냐고 따져 물으니 경허스님은 이리 말했다지요
"예끼 난 그 처자를 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네놈은 아직도 그 처자를 업고 있느냐? "
덕숭산에 올라 정상석을 담고는 이내 둔리 방향으로,,, 정맥길이어서 그런지 길은 좋다.
가야할 수암산과 가루실고개는 희미하게 보인다.
둔리마을에서 수암산 들머리까지 가야할 길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3주전에 걸었던 가야산과 원효봉도 보여지고,,,
거의 내려서니 내포문화숲길 이정목이 보인다.
한우의 고장답게 곳곳에 축사가 보이고 그 옆에 피어있는 접시꽃,,,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으로 꽃보다 이름을 먼저 알았던,,,
염소 한마리가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며 접근하니 잠시 당황해 하고,,,
날은 덥지만 날이 흐려 뙤약볕을 걷질않아 다행이고,,계속된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곳이 적잖았다.
가는길 윤봉길의사 사적지가 있고,,,저한당앞의 백당나무
윤의사가 어렸을적 살았다는 저한당
암울한 시대,,,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했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누구는 머리를 깍고 중이 되고,,,이 청년은 25세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고,,,
이런 분들 때문에 이렇게 나라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내 나이 25세땐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되돌아 보게 되고,,,
사적지 곳곳에 큰 은행나무들이 많아 가을엔 주변이 노랗게 물들것 같았다.
윤봉길의사가 태어났다는 광현당
멀리 보이는 덕산온천단지,,,산행후 온천하면 좋은데 오늘도 코스가 온천하긴 글른듯,,,
가는길 자귀나무꽃의 한참 빛을 발하고 있다.
수암산 등산로 입구를 잘 찾아왔고,,,
가지꽃
꽃이지고 가지가 여물게 되지요
더운날씨에 땀은 한없이 떨어지고,,,능선에 오르니 길은 고속도로처럼 뚤려있다.
내포 신도시...대전이 광역시가 되어 신도시를 만들고 충남도청을 새로 짓는다고,,,너른 평야가 좀 아깝단 생각이 들고,,,
수암산은 예산군,,,용봉산은 홍성군
병풍바위
이 아이는 아빠의 너른 등과 냄새를 기억하겠네,,,혼자 쏘다니기 바쁘니 좀 찔리기도 하고,,,
왼쪽이 두꺼비 바위라나,,,
악귀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위군
왼쪽 덕숭산과 원효봉 가야산은 어렴풋하고,,,가운데 수덕고개 근처의 용봉저수지
최고봉으로 가는길,,,사자바위는 어드매 있는지 보이질않고,,,
악귀봉 노적봉 병풍바위
최영장군의 활터라지요...사육신 성삼문도 이곳 출신이시고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끄신 김좌진 장군도
만해 한용운님도 홍성 출신이라 하니,,,홍성은 나라의 인재를 배출하는 곳인가 봅니다.
용봉산
용봉초등학교로 내려선다.
용도사 미륵불을 지나,,,
용봉초등학교에서 택시를 부른다. 기사님에게 홍성한우 맛있는 곳 알려달라하니 시장안 정육식당에서 기다려 주시고,,,
구이와 국거리 고기 한근씩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
저와 솔맨님은 용봉산-수암산-덕숭산으로 돌았는데
답글
산고파님은 정 반대로 산행하셨네요....(ㅎㅎ)
더운 날 먼 거리(~)(~)맥주 많이 드셨을 것 같은데
맥주 사진은 없네요....(ㅋ)(ㅋ)(ㅋ) -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답글
이전, 가야산을 내려와 수덕사를 그저 지나치듯이 다녀 온 기억밖에 없는데 고파님 덕분에
나혜석에서 김태신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화가들의 흔적을 봅니다.
갖은 기행과 내침을 마다않고 경허스님 옆에서 꿋꿋하시더니 결국 불교계에 큰스님의 업적을 남기신
만공스님의 이야기도 오랜만에 새록하고...^^^
홍성은 정말 여러가지로 나라에 이름을 남기신 분들이 많은 고장이네요..
모처럼 흥미롭고 재미난 산행기에 흠뻑 빠져있다 갑니다..
용봉산을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1타3피를 노리고 훌쩍~하는 충동이 입니다...ㅎ -
어째 처음엔 절간사진만 보이다 달랑 정상석 하나, 곧이어 마을길과 문화유적지가 이어지길래... 드디어 산고파님도 이 더운 날씨에 꾀가 나서 날나리 산행을 하시는가 보다 생각했더니 그게 아닌가 보네요?
답글
지금 생각난 것이 발바닥 불나는 길을 간다 그러신게 여기로군요?
그 온천 좋은 동네에서 목욕은 안하고 오셨나봐요~~~ -
산행기 인지 여행기 인지... 알차고 유익한 산행기 한편 을 지루하지 않고 잼있게 봤네요 ~~
답글
어느븐 말씀 처럼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홍성군 산과 들을 걸으는 어느 나그네의 발길이 그려 집니다. -
(와우) (즐)감 합니다 (짱)
답글
공산군이 3.8선을 넘어 불법 남침한 6.25 입니다 (꺄오)
호국보훈의달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되게 보내세요 (고고씽)
소망하시는 모든꿈도 이루시고,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_^(파이팅) -
덕수-용봉을 길게 걸음하시면서 공부도 많이 하셨군요~?
답글
어찌 산사나이가 그리 공부를 많이 하시는지요~?
한참을 들여다 보나이다.
산행은 무지 더웠을터... 고생~?
오늘은 인증 사진도 없거니와 왜 먹걸리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
덕숭산과 용봉산을 이으셨었군요
답글
날씨가 많이 더웠었을텐데요~
윤봉길의사 기념관에 지나다가 보긴봤는데
여기서 살피게 됩니다
도청을 새로짓는다고 한지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늘 그모습 같군요
시야가 흐린날 같은데도
악귀봉쪽에서 덕숭산과 가야산이 조망되는군요
더운날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
전에 수덕사에 들렸을 때 수덕여관 그냥 지나쳤었는데,,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었군요.
답글
정말 드라마같은 이야기 상세하게 공부하고 갑니다.
용봉산의 아기자기한 기암들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모습이구요.
무더운 날씨에 먼 곳까지 대중교통 이용한 산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그쪽이....우리 문화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답글
비빔밥 맛도 좋지요
용봉산 방구 너무 멋있고요
온천? 여름에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풀코스 입니다. -
가고싶은 수덕사인데 산고파님 덕분에 보게 됩니다.
답글
수덕사가 화가와 인연이 깊다는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는데
산고파님이 자세하게 알려주시니 머릿속에 쏘옥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응노 화백과 나혜석의 스토리, 덕분에 공부 잘 하였습니다... -
수덕사의 덕숭산 가고싶었던 곳인데
답글
안가도 될정도로 자세히 잘 봤구요.
용봉산도 예전에 갔던곳이고...
덕숭산 대신 어디로 갈꺼나(~)(~)(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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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 아시는분줄 알았는데 역사쪽에도 해박함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답글
오늘은 산 그림보다 밑에 나열되어 있는 글에 흠뻑 빠졌다가 갑니다..
물론 산은 곁눈질 하면서.. -
이산저산2012.06.26 18:47 신고
이번에도 서산을 다녀오셨군요~
답글
다녀오신 산길은 그늘이많지않았을텐데 땀좀 흘리셨겠습니다.
용봉산의 두꺼비는 아직도 하늘로 올라가는중이네요.
저도 어느핸가 집사람하고 1박2일로 두곳을 다녀왔는데
세심천온천에서 하루보냈지요.
덕산보다는 세심천이 조용하더라구요.
수고하신 덕분에 잘보았습니다.
언제 기회되면 한번 뵈어야되는데... -
배울것 많고 느낄것 많았습니다.
답글
술 사진 한장 없어 좀 아쉽기도 했지만,
고파님 또 다른 모습을 보니, 제가 사람 보는 눈은 틀림없습니다.
모처럼 쨍한 날,
대야산에 다녀왔습니다.
눈물나게 아름다웠지요, 사람도 그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
막걸리 빠진 산행기 재미없어요(~)(~)
답글
그냥 하던데로 하셔요 (ㅎㅎ)
숨은 바위찾기에 시간가는줄 몰랐던 용봉산 못찾은 바위찾으러 가야되는데....... -
역시 산꾼이시네요
답글
덕숭산을 올랐다 들판을 걸어 수암산과 용봉산까지 섭렵하시고요
몇번인가 올랐던 곳인데 용봉산과 수암산은 말씀처럼
늘 용봉초교에서 올라 수암산으로 내려가면 세심천이란
온천장이 있고 그곳에서 몸을 닦곤했었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날처럼 다가옵니다.
덕숭산은 2년전 금북정맥 산행시 올랐기에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고요
무더위에 먼 곳까지 다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산고파2012.07.15 08:18
서산 가야산에 갔더니 수덕산과 용봉산이 보이더군요...
벼르고 있다가 다녀왔었지요...
칠갑산님이야 전국산을 다 섭렵하고 계시지만
전 경기도와 강원도를 댕기다가 어쩌다가 타지역 산을 찾게 됩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충청의 산을 많이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덕산온천도 가봐야 하는데,,,그저 산길이 먼저니 언제쯤 찾게 될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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