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산

3/27 용문산

산고파 2010. 3. 28. 09:06

 어떻게 보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일주일이 지나고

 역시나 희미해질 하루를 담는다.

 

 전날 멍청하게 TV를 켜고 있는데  군함이 침몰을 했단다.

 이유가 무엇이든 젊은이들의 죽음에 맘이 무겁다.

 

 오래전부터 가려고 했던 용문산으로 향한다.

 녹양역에서 5시 27분 떠나는 전철을 타니 회기에서 기막히게 딱 맞추어 용문행 전철이 도착을 한다.

 전철을 타고 주변 산을 보니 오늘 조망도 꽝이겠다 싶다.

 그래도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가 가볍다.

 

 용문역에 내려 근처 해장국집에서 해장국 한그릇 시켜 놓고

 멍청하게 밥을 밀어 넣고 있는데 문득 보이는 용문사행 차시간을 보니 7시 45분이고

 시계를 보니 43분이다.

 숟가락을 던지고 뛰어가 간신히 버스를 잡는다.

 

 

 산행일시 : 2010년 3월 27일 08시- 15시

 산행코스 : 용문사 - 마당바위 - 용문산 - 장군봉 - 상원사 - 용문사

 

 

 졸다 말다 하다보니 용문에 도착을 한다.

 

 

원래 계획은 빨간색으로 그려논대로 백운봉을 지나 새수골로 향하려 했다.

근데 산다는게 그렇듯이 하루마저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아침 일찍 오니 입장료도 내지 않고 용문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발걸음이 더 가볍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용문사 천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

 

 

용문사 대웅전 ,,,이곳도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지 꼽아둔다...

 

 

산길에 들으니 또 눈이다...내일 모레가 4월인데,,, 

 

 

 초행길 계곡길로 조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니


 - 서산대사

 

 

 

 

 사진으로 여러번 봐왔던 마당바위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뒤돌아 보며 어지러이 걷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망이 꽤 좋을것 같은 곳인데 아무것도 아니 보인다.

 

 

 참 진도 안나가는 용문산길,,,100미터가 한참이다...

 

 

 

 

 

 

 

 

 이제사 용문산에  와본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안갯속,,,아래에선 군인들의 제설작업 소리가 들린다.

 다시금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군인들 생각에 맘이 아프다...그 부모들 생각에 더 그렇고,,,

 형을 일찍 보내고 아파하시는 부모님을 본 나로서는 그 마음이 조금은 어림된다.

 그래서 내 남은 삶의 작은 목표하나가 부모님보다는 오래 살기다.  

 

 

 

 

 

정상 군부대를 우회하는 산허리를 한동안 걸으니 능선길에 상고대가 곱다.

 

 

 

 

 

 

 

 

 

 

 

 

 

 

 국화같은 상고대가 피어있는 수리취?

 

 

 

 

 

 

 

 

 

 

 

 상고대 비늘

 

 

 장군봉 이정목은 피곤한듯 누워있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해 로프잡고 조심조심 상원사로 내려서고 있다.

 

 

 상원사가 가까와지니 등로 옆엔 자작나무 군락이다.

 

 

 

 

 

 상원사에서 바라보는 연수리 방향

 

 

 

 

 

상원사 대웅전 

 

 

 

 

 

 산허리를 돌아 용문사로 가는길은 산죽터널이다.

 

 

 

 

 

 용문사에 도착하니 병아리들이 단체로 와서 하루를 담는다.

 용문산 관광단지를 나서니 막 버스가 떠나려하고 용문역에 가니 전철이 막떠나려 한다.

 3시 25분 용문에서 떠나는 전철을 타고 너무일찍 집에 들어서는듯 하여 친구를 불러 소주한잔 한다. 

 

 

 얼마나 먹었는지 어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니 흙탕묻은 등산복차림 그대로 소파에 누워있다.

 

 

 

 

  • 淸浪2010.03.28 14:37 신고

    아~용문산엘 다녀오셨군요. 아주 설국이였네요
    저는 연인산능선을 거닐었었는데 그곳에도 눈이 꽤나 쌓여있었습니다
    내일모래면 4월인데 참 이상기온이네요

    수리취에 상고대 핀것 정말 일품이네요
    국화, 다알리아 여러형상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친구님과 소주한잔에 용문산행의 피로를 확 푸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답글
    • 산고파2010.03.29 10:52

      네 청랑님~~
      계획은 함왕봉 백운봉지나 세수골로 내려서려 했는데
      청랑님 신년산행하신대로 걷게 되었습니다...
      상원사 하산길은 아이젠이 없어 거의 기다시피 내려왔습니다..

      무어든 적당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와
      너무 과하게 먹다 보니 다음날 숙취에 종일 괴로웠습니다...^^

  • 칸보이2010.03.28 16:13 신고

    수리취상고대가

    입니다...
    장군봉이정표는 제대로심지않아..
    불안해보여 편히쉬시라고


    우리산내음번개산행때
    눞혀놓았지요..


    월에도 이어지는 눈산행 감축드리고


    수고많으셨습니다..

    답글
    • 산고파2010.03.29 10:49

      생각지도 않은 눈산행에 반갑기도 했지만
      적잖이 당황했었습니다...
      스패츠며 아이젠도 없고 장갑도 부실했구요,,,
      장군봉 갈림길에서 함왕봉쪽으로 걸어가다가
      백운봉 오름길이 생각나 뒤돌아 섰습니다...


      남녘엔 봄이 왔지요

  • 헬레나2010.03.28 20:04 신고

    저두 역시 수리취상고대 캡숑...

    와우...4월이 다가오는데 그 눈...참내...
    서울시낸 싸늘하고 잔뜩 흐린 날씨였는데 이렇게 함박눈 못지않은 눈이 내렸네요.

    용문산 다시한번 다녀오셔야 될듯합니다.
    산고파님 방에 오면 먹거리가 눈에 확 들어오는데 오늘은 벨로...제가 곱창을 못 먹거등요.ㅋㅋ
    아이젠 없는 눈산행 고생하셨어요.

    답글
    • 산고파2010.03.29 10:47

      네~ 다시한번이 아니라 올해 여러번 그쪽으로 산행을 하려고 맘먹고 있습니다..
      이거 이젠 마지막이란 말을 꺼내기가 그렇습니다..
      날이 하도 변덕이다보니 또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맛난 곱창을 어찌 못드신데요...ㅎ

  • 산수화2010.03.28 21:58 신고

    밑에는 비오고 위에는 상고대가 만발하고..
    좋은날에도 용문산 힘들던데..아직 흰눈이 수북한 용문산까지 댕겨오시고..
    대단하십니다..ㅎㅎ
    저는 우이령고개 돌고 왔는데..좀 싱거웠습니다..
    그래도 상장능선과 오봉산의 속살을 보니 멋지더군여..
    저번엔 제가 좀 공사다망해서..못 뵈었는데..
    이번주 언제고 시간 함 내 주세요..
    편한날 알려주시면 그땐 미리 시간 비어놓겠습니당..
    오랜만에 한잔 기울여야죠?? ^^*

    답글
    • 산고파2010.03.29 10:45

      올해 정말 모를 날씨입니다...
      날이 흐려 조망이 시원치 않겠다 싶었지만
      4월을 앞두고 산에 눈이 그리 많을줄이야,,,
      오름길 아이젠이 없어 하산길이 걱정되기도 했구요,,

      감자탕집 옆에 고기집이 간단히 소주먹기 괜찮더군요..
      땡기시는밤 문자 넣어 주세요...

  • 자상한2010.03.28 23:28 신고

    춘삼월인데도 용문산에는 이렇게도 눈이 많이 내리고 멋진 상고대가 연출되고 있으니 봄이 봄이 아니군요..
    서산대사의 시를 백범 김구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산고파님은 오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겠지요.ㅎㅎ

    꽃다운 나이에 꽃도 못 피우고 어른들이 잘못한 죄로 안타까운 소식만 들려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마친 친구들 좋은 소식 있으면 좋겠습니다...

    답글
    • 산고파2010.03.29 10:40

      예전 조대장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시어 감명받았었습니다...
      뒤따라 오는 분들이 제 덕분에 인도를 잘 받았다고 고마워 하시더군요..
      용문산에 여러번 와본 것이냐고 물어서 초행이라니 대단하다고,,
      조금 으쓱해졌습니다...ㅎ

      지금 함미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제발 살아 있었으면 바랄 뿐입니다..

  • 칼리토2010.03.29 00:17 신고

    환상입니다
    한겨울에도 저런 그림 쉽지 않은데
    가장 대표적인 코스로 오르셨네요 돌탱이 징글징글
    5시 27분 전철...훌륭합니다^^
    또 찿으셨으면 합니다 용문산 종점서 중원산으로 용조봉으로 용문봉으로도 갑니다 하나같이 그림 괜찮구요
    참 좋습니다 용문산 얼마든지 다양한 코스구성
    제가 속이 다 후련한 건 왜일까요 ㅎ

    답글
    • 산고파2010.03.29 10:37

      지난주 태기산의 파란하늘에 상고대가 환상인 거지요...
      저또한 처음가는 산 시원한 조망을 바랬었는데
      4월을 앞두고 눈밟는데 만족하고 왔습니다...
      이날은 대중교통이 환상이었습니다..
      이럴수도 있구나 싶었다니까요,,

      아니 그래도 올해는 양평쪽에 자주 가려고 합니다..
      가평만큼이나 그릴곳이 많더라구요..
      칼리토님 산행기 연구 들어가야겠습니다..

  • 사공2010.03.29 15:43 신고

    담에 나두 끼워줘~~ 같이 죽어보자. ㅋㅋ

    답글
    • 산고파2010.03.30 13:42

      죽을려고 한날이 아닌데...이 눔이 늦게와서
      빈속에 한병 넣다보니 휙 가더라구요...ㅎㅎ

  • 안성산꾼2010.03.29 22:28 신고

    에구! 용문산은 아직 한겨울 이네요
    요즘 날씨가 왔다갔다 하고

    해군 사고소긱도 전해지고
    심란한 한주일이 되겠군요

    용문산 꼭대기가 개방되었다지요
    저도 한번 가봐야 할터인데

    좋은정도 주시어 감사드려요

    답글
    • 산고파2010.03.30 13:45

      봄이라 길게 걷고 주변 조망도 실컨 봐야지 했는데
      뜻하지 않은 눈꽃만 보고 왔습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이젠 이것이 마지막 이겠지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참 어수선 합니다..
      그저 산길에서 어수선한 세상을 등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 바람앞에서2010.03.30 13:51 신고

    일단은 서해 해군희생자 젊은이들 좋은 곳에서 영면하기를 기원하구요...

    용문산 춘설 날리는 날... 오르셨군요.
    봄에 보는 상고대도 참 멋지구요. 복 받으신 것 맞지요? ㅎㅎ

    서산대사의 싯귀절이 참 와닿은 산길이고,,,또 요즘 세상살이인 것 같습니다.
    법정스님 유언도 교훈인것 같구요.
    좋은 길 좋은 풍경 즐감하구요.

    참 서산대사님 싯귀절을 풀어서 노래하는 불교대중가수가 있던데요.^^
    이름이 홍순지라 하구요.
    제목은 <눈내린 들판을 밟아갈때는...>이라 하더군요. ㅎㅎ

    좋은 산행 이어가시구요.

    답글
  • 산고파2010.04.01 00:03

    예전에 포기를 하고는 산소를 밀어넣고 있다하니 실날같은 희망은 품습니다...
    가족들 마음이야 더하겠지요...

    눈에 관한한 복이라면 복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눈은 원없었는데 봄마져 보게 합니다..

    큰님들의 말씀은 그 세월을 떠나 여러번 되새김질하는 힘이 있습니다...
    눈길말고 남들보다 먼저 미답인 길을 떠난적이 있나 생각해 봅니다..

    없네요...

    답글
  • 은영2010.04.01 22:21 신고

    오늘 목요산행이 우천으로 하루가 연기되서
    내일 양주역에서 불곡산행을 합니다~~
    하산후엔 산고파님께서 알려주신 시실리로
    뒤풀이도 가질예정입니다~~ 1년에 한번정도는
    가보는 불곡산인데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궁금해지네여~~~

    답글
    • 산고파2010.04.04 06:46

      시간만 좋으면 함께 산행하고 뒤풀이도 같이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잠시 마중도 못나가게 되어 죄송했습니다...

    • 은영2010.04.05 21:27 신고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미남얼굴 한번 보면 좋은디~~
      워낙 바쁘신몸이시니 죄송할것까지야.....
      혹시 뵐수있으려나 ..... 반신반의 했습니다... 괜찮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