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목민님과 함께한다.
산행을 계획했으나 생각이 달라 몇 번 어긋나고
결국 어찌 저찌 하다가 감악산에서 비박을 하기로 했다.
칠성급 호텔에서 재워줄 테니 몸만 오라는 목민님
난 그런거 체질에 안 맞으니 술 떨어지면 내려갈 테요~
포장 단골집에서 부대찌개 1인분 포장하여 목민님을 기다린다.
신암리 감악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름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술 포함 5리터가 넘는 물을 짊어진 내 배낭이 무겁다 느껴지지만
2인분 비박을 준비한 목민님 배낭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구름재 정상을 향하여 다가서는데 차가 몇 대 뒤를 따른다.
뭣이여 시방~ 여기 차로도 올 수 있는 곳이었어?
어쩌다 보니 근간에 구름재 정상은 세 번째 오는가 싶다.
첨엔 임꺽정봉 계단데크 가본다고,,,두번짼 비 오는 날 술 먹으러,,, 그리고 오늘은 자본다고,,,
오늘 하늘과 구름이 가히 예술이다.
목민님 여기 괜찮죠?
구름재 정자엔 차를 가지고 온 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들 이곳에 찻 길이 있는 줄 어찌들 알았는지 이후에도 몇 대가 올라온다.
오늘은 정상 오름이 목적이 아니니 멍하니 앉아 하늘을 보는 게 일이다.
애완견과 산책 나온 분도 계시고,,,
승용차 한 대엔 20대 초반 아가씨 여러 명이 커피와 쿠키를 싸들고 와서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햇살이 기울어지니,,, 하나둘 자리를 뜨고,,,결국 목민님과 나만이 이곳에 남았다.
파평산 뒤로 오늘의 해가 기울어져 간다.
목민님 배낭에서 장비들을 하나 둘 꺼내더니 금방 집을 지어낸다.
에어매트를 깔고 바람을 넣고,,, 베개도 있어야지,,, 덮을 침낭도 있어야지,,,
새삼 사람 하루 살아가는 것이 참 번거롭구나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 장비들을 혼자 배낭에 가득 넣고 오셨으니,,,,
술 떨어졌으니 난 먼저 내려간다는 말을 차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익숙한 솜씨로 갈빗살도 구워 주신다.
쌈에 김치에 기름장등 없는 게 없다.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근간에 먹어본 고기 중에 으뜸이었다.
그사이 서쪽 하늘은 벌겋게 물들어 가고
오늘의 해가 하루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고 있다.
해 질 녘 바라보는 톱날 같은 도봉산과 북한산
고기 먹은 후 커피맛은 놓칠 수 없고
난 술이 남아,,,어제 집 근처에서 포장하고 남은 닭날개를 데운다.
술은 다 떨어지고,,,차마 내려가겠다는 말은 못 하겠고,,,ㅎ
어쩌겠어~ 잠을 청해 봐야지~
보기엔 아주 아늑해 보이는구먼~
오후 내내 보던 풍경엔 어둠이 내려앉고,,,전기로 만든 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고,,,
도락산 불곡산 뒤로 수락산이 보이고,,,오른쪽은 사패산과 도봉산,,,
그리고 흔하고 흔한 아파트 단지들
하늘엔 초승달이 선명하고,,, 텐트 안에서 할게 뭐 있나,,, 목민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잠들었나 본데 깨어나니 아직도 오늘이네,,, 아이고야~
이후엔 깜빡 잠을 이루다가 말다가
다음날도 어김없이 날은 밝아오고
류현진 선발경기를 보고
해 뜰 녘,,, 안개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산은 그 자리 그대로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고 다시 해가 뜨고,,,
오늘의 해가 또 올라온다.
오늘도 살아 있으니 열심히 또 하루 살아 봐야지~
아이고야~ 내 성격으론 박짐을 꾸리지는 못할 것 같다.
여태껏 산에 당기며~ 이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목민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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