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갈지 정하지 못한 일요일 아침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시간에 쫓겨 강화나들길 한 코스 이어가야지 싶어서 집을 나서는데
걸려온 칼리토님의 전화~
시야 짱짱한 이 좋은 날에 어딜 가냐고~
둘레길 간다니까 거긴 나이 더 먹어 가라고ㅎㅎ
나이를 먹어가니 팔랑귀가 되었나~결국 맘이 바뀌어
원점회귀되고 조망 좋은 곳을 떠올리다가
오랜만에 포천 지장산으로 차를 몬다
예전에 비하여 길이 좋아져 한시간만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포천 지장산은 참 많이도 왔었다
산길욕심에 고대산에서 시작하여 지장산으로 왔었고
거꾸로 연천에서 시작하여 지장산 올라 고대산으로 이어가기도 했고
철원 금학산에서 지장산으로도 이었고
연천 성산에서 북대로도 이어 걸었다
지장계곡엔 어제 내린 비덕에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젊은이 한무리들은
계곡으로 몸을 던지고 있고
나는 그 친구들을 지나치며 좋은 때라 생각하지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
어디에서 산으로 들까 고민하다가
정상 2.9K를 알리는 이정목을 발견하고 숲으로 드는데
길은 얼마 못 가서 희미해진다
이리 쑤셔보고 저리 쑤셔보다가
지뢰주의 경고 표지판을 보고 문바위고개로 가던
예전기억을 떠올린다
문바위고개에서 삼형제봉 오름은 처음 오른 것도 아닐진대
이 길이 이렇게 길었었나 싶은 마음이 들고
막판 로프 오름길엔 장딴지가 땡겨 몇 번을 쉬어간다
하기사 근간에 둘레길에 익숙해진 몸 당연하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래왔듯 산에서 힘든 것은 바로 지난 일
삼형제 바위에서 시원하게 터진 조망에 감탄한다
지척의 향로봉은 손에 잡힐 것 같고
시야 좋은 날이라 멀리 북한산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고남산 줄기 넘어 명성산과 가평의 산군들도 눈에 가득 차고~
이쪽저쪽을 바라보면서 카메라 셔터질에 여념이 없다
북대를 지나 가파른 내림길 한 손엔 로프를 한 손은 스틱을 잡고
동마내미고개로 내려선다
거리상 얼마 되지 않는 화인봉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질 않는다
한두 번 가본산도 아닌데 그냥 내려설까 하다가
여기서 접고 집에 가면 찝찝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화인봉으로 다가선다
조망 없는 화인봉은 커다란 정상석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조금 내려서니 지장봉과 금학산이 지척으로 보인다
지장봉 암릉 오름은 안 그래도 가파른 길
파이고 비에 쓸려 내려가고 등로가 많이 망가졌다
정상석을 세운 포천과 연천에서 신경 좀 써주셔야 되지 않을까 싶다
지장봉 정상 군에서 만든 캐룬은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거의 20년 전 캐룬이 세워질 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20년 이라니~
그때 중대장과 장병들은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겠지 싶고
정상에서 지난 온 능선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옛 기억을 떠올리다가
잘루맥이(담터)고개로 부지런히 내려선다
이후 지장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두 번에 나누어 몸을 담그고
시원한 몸으로 마저 내려선다
얼마지 않아 이 계곡은 피서객들로 북적일 것이다
다음날 산행기를 쓰려고 카메라에서 메모리 카드를 빼내려고 하는데
없다!!!!
지난주에 PC USB 포트에 꼽아 놓고 잊어 먹은 것이다
에혀~ 나름 총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나이는 그저 숫자가 아닌 모양이다

2007년 11월 1일 고대산에서 지장산을 이어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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